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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부탄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

글 : 김양원 전주시 부시장

여름이 끝나갈 무렵, 지난 여름 행복도시협의회 소속 자치단체장들과 부탄에 다녀왔다.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 동부에 자리한 인구 75만 명, GNP 3천 달러의 작은 나라다. 그런데 이런 국가 규모에 비해 부탄은 그 나름의 명성이 자자하다. ‘하늘 아래 가장 행복한 나라’, ‘가장 가난하지만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부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퍽 오래 전이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부탄은 가장 행복한 나라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이런저런 호기심과 의문, 설렘을 지니고 공항에 도착했다. 처음 눈에 들어온 풍경은, 거친 산악지역이지만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이 흐르는 천혜의 자연환경이었다. 그러나 풍요로운 느낌보다는 척박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수도 팀푸를 비롯해 푸나카, 공항이 있는 도시 파로 등 주요 도시는 호텔과 주택을 건설하는 개발이 한창이었고, 3개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왕복 2차선 인데다 상하수도 시설 같은 도시 인프라도 매우 열악했다.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들은 볼품이 없었으며, 싱싱한 생선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말린 민물고기 판매가 전부였다. 부탄 사람들은 70%의 국민이 불교를 믿고, 소나 돼지의 도축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상은 하나같이 순하고 정겨웠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빛나는 미소를 간직한 사람들. 그들의 마음 역시 미소처럼 행복할까? 우리는 팀푸 시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행복추진위원회 단장, 교육부 장관, 총리를 만나면서 그 행복의 비밀을 찾을 수 있었다.

부탄은 국왕이 있지만 직접 통치는 하지 않는다. 국왕이라도 화려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지역과 마을 곳곳을 돌며 국민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받는 지지와 신뢰가 절대적이다. ‘국민행복정책’의 큰 틀도 국왕이 제시했다.

부탄의 국민행복정책의 기본방향은 첫째, 국가는 경제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있는 사회경제적 발전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한다.

둘째, 경제개발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 셋째, 전통과 문화 보존을 중시해 국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넷째, 굿거버넌스이다. 정부와 시민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굿거버넌스의 핵심은 공무원의 청렴이다.

부탄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이 강한 것 또한 부탄 국민이 행복한 이유다.

부탄사람들이 가난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는 정부가 GDP(국민총소득) 성장을 우선으로 추진하지 않고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 증대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GNH 증대이며 정책의 평가기준도 GNH이다. 부탄사람들이 행복한 또 하나의 이유는 개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공동체 정신 덕분이다. 이런 국민들의 가치관은 부탄의 교육 정책에 기인하고 있다.

부탄에서 행복의 비결을 찾아가면서 전주시가 추구해 온 가치와 철학이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흡족했다. 전주시도 행정의 최고 목표를 시민의 행복에 두고 시민 행복의 관점에서 생태도시 구현, 문화예술 교육, 구도심 활성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동체육성과를 만들어 공동체 정신 회복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숲, 예술놀이공간, 책놀이터 등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들의 행복이 곧 도시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이것이 바로 전주가 꼭 이루려는 꿈이다.

출처 : 전북일보(http://ww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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