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지역 맞춤형 행복지표를 공개하고 정책연계 방안을 논의하는 ‘행복지표 심포지엄’이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에스타워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다.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소속 14개 지자체가 국민총행복전환포럼에 의뢰해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를 비롯한 7명의 연구팀이 진행한 ‘자치분권시대 행복지표 개발 및 정책연계방안 연구용역’이 오는 12월 말 종료됨에 따라, 그간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행복지표의 정책연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올해 행복지표 개발에 참여한 지자체는 공주시, 구리시, 나주시, 수원시, 여주시, 완주군, 전주시, 고창군, 의성군, 광주 광산구, 광주 동구, 광주 서구, 대전 대덕구, 인천 연수구(이상 시군구 가나다순) 등이다. 연구팀은 이들 14개 지자체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공통 행복지표’와 ‘지역별 행복지표 3개 유형(도시형, 농촌형, 도농복합형)’의 연구개발을 추진했다. 문헌과 사례연구(3~6월), 포커스 그룹 심층 인터뷰(7~9월)를 거쳐 지난 10월과 11월에는 각 지자체별로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연구를 마무리하는 최종보고회를 겸해 마련된 이번 ‘행복지표 심포지엄’에는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상임회장인 김승수 전주시장을 비롯해 이항진 여주시장, 안승남 구리시장, 정토진 부여군 부군수 유흥수 고창군 부군수 등이 참석했다. 행복지표 개발에 참여한 학자와 전문가들도 함께 자리해 이번 연구와 관련된 주제발표와 토론에 참여했다.
행복지표 연구개발에 참여한 전문가 주제발표: 행복지표 어떻게 설계됐나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제발표에 앞서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지표를 ‘행복전환지표’로 명명한 까닭을 설명했다. “행복지표를 채택하는 각 지방정부가 개발과 성장 중심 정책에서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전환의 속도와 방향을 점검하는 데 필요한 지표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전환지표’는 지역공통 지표 90개와 지역유형별(도시형, 농촌형, 도농복합형) 선택지표 10개를 포함해 총 100개 지표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모든 지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지역공통 지표’는 개인, 사회, 자연 등 세 개의 대영역으로 구분되고, 세 개의 대영역은 다시 12개의 소영역으로 나뉜다. ①물적자산 ②건강과 교육 ③일 ④여가와 문화 ⑤공공서비스 ⑥기반시설(의료, 문화, 교육, 기초 인프라) ⑦참여(거버넌스) ⑧안전과 신뢰 ⑨사적관계(가족/대인관계) ⑩자연환경 ⑪지속가능성 ⑫주관적 행복감 등이다. 12개의 소영역은 27개 세부항목과 46개 주관지표, 44개 객관지표 등 총 90개의 지표로 구성돼 있다. 지역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적용되는 ‘지역별 지표’는 도시형, 농촌형, 도농복합형 등 3개 유형으로 나눠 각 지역별로 10개 항목씩 개발됐다.
정건화 교수는 행복전환지표를 개발하면서 “주관지표와 객관적지표를 모두 사용하되 주민이 느끼는 실질적 행복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주관지표를 더 중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표 개발의 목표가 행복정책을 구현하는 데 있으므로, 행복취약계층을 도출하고 이들을 위한 예산과 정책을 집행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지표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표 개발단계부터 지역 전문가와 공무원, 주민들이 참여해, 지역별 특수성이 반영된 ‘지역 맞춤형 행복지표’를 만들어낸 점은 행복전환지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성과로 꼽힌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팀은 각 지역별로 다양한 그룹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중간보고회를 통한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정책 연계방안 토론: 행복정책 추진 담당할 ‘전담조직‘의 필요성
주제발표 후에는 행복지표를 구체적인 정책과 연계해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놓고 토론의 장이 열렸다. 이지훈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상임이사가 토론의 좌장을 맡고, 이희길 통계청 경제사회통계연구실 서기관, 조은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황종규 동양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주제발표를 담당했던 정건화 교수, 이재경 연구위원, 한윤정 디렉터도 함께 자리했다.
이희길 서기관은 행복지표를 정책과 연계하기 위해 필요한 점으로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를 추진할 전담 공무원 또는 전담조직”을 꼽았다. 조은상 연구위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전담조직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행복부’나 ‘행복청’을 신설하는 방식이어야 하고, 이런 중앙조직과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같은 지자체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예산과 정책의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종규 교수는 “행복부와 행복세 같은 국가차원의 추진과제가 분명히 있지만, 행복정책은 결국 시군구 지자체가 전담조직을 만들고 읍·면과 같은 ‘작은 단위’부터 추진해야 한다”면서, “민간단체와 주민이 참여하는 지표 적합성 원탁회의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지속적인 추진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간 국내에서도 행복지표를 개발한 사례가 있었지만, 각 지역별 특성을 살린 ‘지역 맞춤형 행복지표’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복지표 심포지엄’은 국내 첫 지역 맞춤형 행복지표의 설계방식을 지표개발에 참여한 연구진들이 직접 설명하고, 행복지표와 행복정책을 둘러싼 국내외 현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올해 지표개발에 참여한 14개 지자체를 중심으로, 행복지표를 정책과 연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