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국가들이 <UN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매년 최상위를 차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와 국회국민총행복정책포럼이 공동주최하고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이 주관한 <북유럽 행복정책 심포지엄>이 16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렸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심포지엄 현장을 지면으로 만나보자.
<북유럽 행복정책 심포지엄> 2부
국내 북유럽 전문가 초청 강연 및 종합토론
‘북유럽 사회의 공공가치와 행복정책’을 주제로 강연 중인 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사진 협의회 사무국 제공
발표 1 | 북유럽 사회의 공공가치와 행복정책_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첫 발표자로 나선 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북유럽 사회의 공공가치와 행복정책’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공공가치라고 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가치관이 사회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북유럽의 높은 행복지수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북유럽 공공가치의 특징이 “개인주의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즉 집단지향성의 가치가 결탁되어 있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예로 스웨덴의 지역사회 모임에 한 노부인이 손수 만들어 기부한 샌드위치를 소개했다. 샌드위치 포장에는 “맛있게 드세요”와 같은 평범한 인사 대신 정확히 어떤 재료로 샌드위치를 만들었는지 쓰여 있었다. 채식주의자나 특정 음식에 알러지가 있는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최 교수는 이와 비슷한 몇 가지 사레를 예로 들면서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을 위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자원을 공유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일상적인 행태가 과연 행정과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북유럽 사회의 행복이 “자율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협의회 사무국 제공
또한 중증질환이 아니면 최대한 병원치료를 삼가고 스스로 건강을 돌봄으로써 국가의 보건의료재정 부담을 낮춰 무상의료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든지, 자원봉사와 기부로 지역 주민센터를 온전히 주민들에 의한,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려나가는 등의 사례를 들면서 “이런 부분들이 북유럽의 정부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잔근육이자 잔신경”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흔히 북유럽은 공동체 의식과 같은 사회적 가치만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그 밑바탕에 ‘개인들이 알아서 하는’ 부분이 강하게 깔려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유럽의 행복은 ’편하게 사회복지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부담의 논의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조와 자율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유럽의 의회, 시민,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서현수 한국교원대 교수. 사진 협의회 사무국 제공
발표 2 | 북유럽의 의회, 시민, 민주주의: 핀란드를 중심으로_서현수 한국교원대 교수
서현수 한국교원대 교수 역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북유럽의 행복에 큰 몫을 한다고 보고 있다. “다양한 사회집단의 참여가 보장된 정치제도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사회의 특징이자 강점”이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북유럽 민주주의와 시민참여의 양상에 크게 세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북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의회를 100% 비례대표 의석으로 구성하는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고 있고, 따라서 권력을 분점 또는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제도 하에서는 다수가 합의하는 형태의 민주주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다양한 집단과 계층이 고루 평등하게 대표되며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활발해진다.
두 번째 특징은 시민사회가 촘촘하게 자기조직화돼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시민단체와 대표들이 의회와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체계적으로 결합하고 참여해왔다.
셋째는 지방분권 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해 있고, 시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정책을 통해 사회경제적 조건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 교수는 “이처럼 민주주의와 자치분권, 시민참여가 잘 되는 데도 북유럽 사회는 시민발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청소년들의 정치참여를 독려하는 등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면서 “한국사회도 선거 중심의 엘리트 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민참여 민주주의, 다양한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가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는 숙의 민주주의를 활성화할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와 조정아 구리시 부시장, 좌장을 맡은 이지훈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상임이사, 서윤기 서울시의원, 발표자인 최희경 교수와 서현수 교수(맨 왼쪽부터). 사진 협의회 사무국 제공
종합토론 | 북유럽 행복정책, 한국은 무엇을 배울까
이지훈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상임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는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와 서윤기 서울시의원, 조정아 구리시 부시장이 참여했다. 발표자인 최희경 교수와 서현수 교수도 함께 자리했다.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는 앞서 두 발표자가 제기한 문제가 결국 ‘민주주의는 건강한 경제를 만드는가, 특히 어떤 민주주의가 건강한 경제를 만드는가’ 하는 주제로 수렴된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와 북유럽 모두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공통점이 있다”면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가 공진화한 북유럽의 사례와 비교해, 한국에서는 어떤 민주주의를 할 것이며, 물질주의를 넘어 삶의 질과 의미를 추구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우리의 당면과제”라고 밝혔다.
서윤기 서울시의원은 그간 우리사회가 숙의 민주주의나 사회적 대타협의 코포라티즘과 같은 북유럽 모델을 국내에 도입하고 구현해 보고자 했지만 그다지 성과가 없는 점을 안타깝게 지적하면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민주시민 교육을 비롯한 정책적, 행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정아 구리시 부시장은 “한 나라 인구가 400만, 500만인 북유럽과 5천만인 한국에서 토론하고 숙의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면서 발표자들에게 “북유럽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는 데 있어 강점과 한계를 이야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심포지엄 2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협의회 사무국 제공
최희경 교수는 “북유럽 연구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소우 왓(so what?),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라면서 “그러나 교육이나 의료와 같이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북유럽 정책을 모델 삼아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현수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 나라의 정부와 사회적 거버넌스가 얼마나 투명하고 신뢰 가능하며 민주적인지가 국민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더 행복한 사회를 위해 거버넌스 전체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유럽의 행보를 들여다보고 시사점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힌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자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회원 자치단체장과 공직자,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회원 등 50명만 현장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유튜브 ‘행복실현지방정부 협의회’의 ‘행복tv’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돼 큰 호응을 얻었다. 심포지엄 동영상은 유튜브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를 검색해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