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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국가들이 <UN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매년 최상위를 차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와 국회국민총행복정책포럼이 주최하고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이 주관한 <북유럽 행복정책 심포지엄>이 16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렸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심포지엄 현장을 지면으로 만나보자.

<북유럽 행복정책 심포지엄> 1부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대사 초청 행복 토크쇼 현장


토크쇼 사회를 맡은 하수정 북유럽연구소장과 아이너 옌센 주한 덴마크 대사, 야콥 할그렌 스웨덴 대사, 뻬까 메쪼 핀란드 대사(사진 맨 왼쪽부터). 사진 여주시 제공

<북유럽 행복정책 심포지엄>은 북유럽 3개국 대사 초청 ‘행복 토크쇼’로 문을 열었다. 하수정 북유럽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쇼에는 아이너 옌센 주한 덴마크 대사와 야콥 할그렌 스웨덴 대사, 뻬까 메쪼 핀란드 대사가 참석해 자국의 국민들이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배경과 제도적 특징에 대해 이야기했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는 2013년부터 발표된 <UN 세계행복보고서> 나라별 행복지수 순위에서 매번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특히 덴마크는 2012년, 2013년과 2016년 1위를 차지했고, 핀란드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1위에 올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뻬까 메쪼 핀란드 대사는 3년 연속 1위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핀란드 사회가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자 노력한 결과, 이제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아메리칸 드림)는 미국이 아니라 핀란드가 됐다”면서 “핀란드에서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남자아이, 여자아이 누구나 한 나라를 이끄는 수상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 가운데 주요 내용을 발췌해 정리했다.



질문에 답변 중인 야콥 할그렌 스웨덴 대사. 사진 여주시 제공

하수정 북유럽연구소장(이하 하)_먼저 행복과 관련된 북유럽의 키워드를 꼽아보고, 대사님들께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스웨덴 하면 라곰(Lagom)과 피카(Fika)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말씀해 주시겠어요?

​야콥 할그렌 스웨덴 대사(이하 스웨덴)_라곰은 극단적이지 않은, 편안하고 아늑한 상태를 말합니다. 인생에서 과도하게 무언가 하려하거나 지나치게 경쟁하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피카는 커피를 마시고 시나몬빵을 먹으면서 친구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스웨덴의 모든 직장에서 제도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피카를 통해 서로 소통하면서 친밀감과 신뢰감을 쌓고, 잠깐의 여유를 통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집니다.

​하_덴마크는 휘게(Hygge)의 나라로 알려져 있죠. 휘게에 대해 덴마크 대사님께서 직접 말씀해 주시면 어떨까요?

​아이너 옌센 덴마크 대사(이하 덴마크)_휘게에 대한 여러 질문 중에서, 한국에서도 휘게를 즐길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어디서나 휘게를 즐길 수 있습니다. 휘게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느끼는 단란함입니다. 친구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하_요즘 한국에는 핀란드의 씨수(Sisu)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소개해 주시겠어요?

​뻬까 메쪼(이하 핀란드)_핀란드의 국민성을 대변하는 씨수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은 채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요즘 회복탄력성(Resilience)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씨수가 바로 이런 회복력,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과 의지를 의미합니다.

​하_씨수가 핀란드의 국민성이라고 하셨는데, 오늘날의 핀란드를 만든 것은 ‘깔사리캔니(Kalsarikanni) ‘라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핀란드_깔사리캔니는 ‘술 취한 사람들의 속옷’이라는 뜻입니다(‘팬츠 트렁크’라도고도 불린다). 기분 좋은 이나 축하할 일이 있는 날, 집에 돌아와 속옷만 입고 미친 듯이 춤을 추며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는 걸 말하는데요. 다른 누구를 질투하거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스스로 마음껏 기뻐하는 것입니다.

​스웨덴_첨언하자면, 우리가 꼭 매번 진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인생에 정말 중요한 것은 진지하지 않은 것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

​북유럽 행복의 핵심은 ‘일과 삶의 균형’

​덴마크_덴마크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입니다. 너무 오랜 시간 힘들게 일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인구의 2%만 몹시 긴 장시간 근무를 합니다. OECD 평균은 11% 정도 됩니다. 혹자는 뭐야, 덴마크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하는 거야?라고 하겠지만, 덴마크의 생산성은 유럽에서 아일랜드 다음으로 2위로 높습니다. 근무시간은 짧지만 효율적으로 일하는 거죠. 또 덴마크에서는 아빠, 엄마 모두 52주의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근무유연제도가 탁월해서, 4시에 퇴근해서 아이들을 픽업해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한 후 6~7시에 저녁식사를 합니다.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이 덴마크에서는 정말 성스러운 시간입니다.

​핀란드_핀란드는 현재 34살의 여성 수상이 이끌고 있는데, 이분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일주일에 4일 근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이니셔티브를 설정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사회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하_스웨덴에서는 1970년대에 리코멘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든 ‘너’라는 호칭을 쓰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스웨덴 유학시절에 학생들이 백발노인인 교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요, 그런 평등의 문화가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꾸는지 궁금합니다.

​스웨덴_북유럽에서는 여러분이 어떤 직함을 갖고 있는지, 혹은 여러분이 무엇을 소유했는지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그냥 여러분 그 자체로 평가받습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저희는 존중합니다. 물론 북유럽에도 봉건제가 있었고 노예제도도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남성과 여성을 절대 차별해서는 안 되며 모두가 존엄해야 하며 또한 모두가 공존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너’라고 부르는 스웨덴의 개혁문화는 이처럼 평등하고 친근하며 편안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문화는 우리를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합니다. 또 ‘너’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사회에서 신뢰가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사진 여주시 제공

갈등의 역사를 딛고, 평등과 신뢰의 사회로

​핀란드_첨언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핀란드는 1918년에 내전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3만 6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정치적으로도 매우 분리되었고요. 내전을 통해 화합의 중요성을 배웠고 정치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없도록, 모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했지요. 인권은 우리 사회의 연료와도 같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통합이 가능한 것입니다.

스웨덴_북유럽 사회가 항상 파라다이스, 천국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항상 도전과제가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100년 전에 3분의 1의 국민들이 미국으로 망명을 갔습니다. (사회적)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죠. 1910년대, 20년대에 유럽에서 우리가 이런 어려움, 사회적 갈등을 겪었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었기 대문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고 오늘날의 북유럽이 가능해졌다고 봅니다.

​덴마크_덴마크는 항상 2개, 3개, 4개의 정당이 합심해서 정부를 운영하고 한 사람이 여러 당을 동시에 지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광범하고 유연한 연정을 통해서 사회적 안정성이 확보됩니다. 사회에 대한 신뢰,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높습니다. 그래서 북유럽이 행복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교육입니다. 무상교육, 그리고 무상의료의 혜택 덕분에 북유럽이 행복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덴마크인들은 아프면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고 원하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는 북유럽 3개국 대사 초청 행복 토크쇼 현장. 사진 여주시 제공

한국사회가 더 행복해지려면…

​덴마크_앞서 교육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농장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부모님은 부유하지 않았습니다. 무상교육 제도가 없었다면 대학에 가지 못했을 겁니다. 10학년 이후에는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요, 덴마크에서는 학교를 잠깐 중단했다가도 다시 돌아와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마치면 ‘갭 이어(Gap Year)’에 들어가서 1년간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고민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최고 성적을 받아서 명문대, 스카이(SKY)에 가도록 압박을 받죠. 너무 힘들지 않을까, 약간의 자유와 여유를 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숨 쉴 수 있는 여유 말입니다. 그럼 학생들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핀란드_한국에 부임한 지 한달 조금 넘어서 경험은 많지 않지만, 한국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을 좀더 살릴 수 있게 권장하면, 더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기에 좀 더 개성을 존중해서, 자유롭게 스스로 날개를 펴고 생각하며 행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거나 권장하면 어떨까요.

​스웨덴_워라밸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유명한 과로사회입니다. 한국에 살면서 아내가 종종 화를 내는데, 제가 10시간 12시간씩 일하고 밤늦게 올 때가 많거든요. 15시간씩 일하고 집에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요? 부부간, 가족간 워라밸이 깨집니다. 또 한 가지, 만약 여러분이 남성이고 관리자인데 누군가를 새로 채용해야 한다면, 여성을 뽑으세요. 한국에는 재능있는 여성들이 너무 많아요. 여성을 승진시키고 관리자로 만드세요. 여성들이 결정하게 하세요. 한국은 더 행복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북유럽 행복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회원 자치단체장과 부단체장, 북유럽 3개국 대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여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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